제515장

하지만 문을 부수기 전에 안에 있던 사람이 먼저 문을 열었다. 서정희는 문어귀에 서서 얼굴 반쪽이 빨간 명훈과 다가오고 있는 다른 한 경호원을 바라보았다. 염정훈의 부하들은 그와 같은 성격이었다. 차갑고 말수가 적으며 겸손했다. 그들은 종래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힘을 믿고,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았다. 그들의 임무는 서정희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지 않으려고 꾹 참았다. 하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기어오르려 하며 폭력까지 사용했다. 서정희의 눈동자에는 낯선 얼굴이 비쳤다. 그 여자의 말투로 보아하니 A 시의 사람은 아닌듯했고 마치 걸어 다니는 전시회처럼 몸에 사치품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그 여자는 서정희를 위아래로 훑어보다 시선은 그녀의 배에 멈췄다. 그리고 서정희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말했다.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겨우 배불뚝이 여자였어?” 그녀는 손에 든 2억 정도 가치의 핸드백에서 수표를 꺼내 건네주었다. “난 이 방이 마음에 들어, 나한테 양보해.” 그 수표는 대충 7, 8백만 원 정도가 되어 보였다. 하지만 서정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과하세요.” 그 말을 듣고 여자는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뭐라고? 지금 나한테 문이나 지키는 개한테 사과하라고 한 거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난...” “짝.” 뺨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여자는 순간 멍했고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서정희를 바라보았다. 얌전하게 생긴 임산부가 갑자기 자신을 때릴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구든 전 관심 없어요. 하지만 사과하지 않겠다니 제 방식으로 사과를 받는 수밖에 없네요.” 서정희는 명훈은 남자로서 종래로 여자한테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너 이 쌍년이 감히 날 때려? 우리 엄마 아빠도 날 때린 적이 없는데! 넌 오늘 내 손에 맞아 뒤질줄 알아!” 그 여자가 당장 손을 들고 서정희를 때리려 하자 명훈은 급히 그녀를 막았다. 그러자 그 여자는 자기 경호원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