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9장

차안심은 아침에 일어났던 상황을 서정희에게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서 선생님의 표정이 좀 어색했어. 침착한 표정으로 애써 뭔가를 숨기려는 듯했어. 그리고 내가 도착하기 전에 뭘 찢고 계시더라고.” 말을 끝내고 차안심은 휴지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예 휴지통을 거꾸로 쏟았다. 그러자 빨간색으로 된 청첩장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이게 뭐야?” 차안심은 얼른 찢어진 종잇장을 맞춰봤다. “서 선생님이 청첩장을 보셨네. 그리고 내 휴대폰을 빌려서 전화 한 통을 하셨어. 그리고는 바로 방으로 가셨는데, 혹시 지금 이미 현장에 도착한 거 아냐?” 서정희의 안색은 순간 백지장이 되었다. “그게 언제쯤이었어?” “30분 전이야.” “큰일이네. 얼른 차 대기시켜 줘. 내가 직접 가봐야겠어. 아빠를 말려야 돼.” 서재평은 2년 넘게 외부와 아무런 접촉이 없어서, 어떤 일들이 발생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지금 상태에서 변선희가 죽었다는 소식과 염정훈이 배신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엄청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아예 그 사실들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서정희는 맨 먼저 염정훈에게 연락했다. 결혼식 때문에 너무 바빠서인지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진영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진영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서정희는 미칠 것만 같았다. 백지연의 머리를 해부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결혼하면서까지 이렇게 미친 짓을 해서 자신을 괴롭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안심은 자책했다. “미안해. 다 내 불찰로 인해 발생한 일이야. 조금만 더 일찍이 발견했더라면 서 선생님을 말릴 수 있었을 텐데. 만약 서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다 내 탓이야.” “언니랑 상관없는 일이야.” 자신과 염정훈 사이의 원한은 서재평도 모르고 있는데, 더욱이 차안심이 알 리 만무했다. 차안심은 서정희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 “너무 긴장하면 안 돼. 뱃속의 애를 생각해야지. 의사 선생님 말대로 정서가 너무 불안하면 안 돼.”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