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6장

서정희의 추정대로 백지연은 잠들지 않았다. 그런데 기뻐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 잠들지 못했다. 방금 전, 염정훈에게 붙인 사람이 보고하기를, 염정훈이 차를 직접 운전해 어떤 별채에 갔다고 했다. 그 별채는 염씨 집안의 가업이 아니었다. 밖에는 경호원이 엄청 많았고, 안에는 서정희가 지내고 있었다고 했다. 결혼식 전날에 전처 집에 가? 이걸 어떻게 참을 수 있어? 서정희,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나도 더 이상 봐주지 않을 거야. 이날밤 어떤 사람은 기뻐서 흥분되고, 어떤 사람은 고뇌가 있어서 침울했다. 서정희가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취급하더라도 염정훈은 떠나지 않았다. 오늘밤은 이 방에서 떠나지 않기로 결심을 내린 모양이었다. 달빛이 염정훈의 전신을 비췄다. 그의 손에는 거즈가 감겨져 있었다. 서정희는 상처가 난 손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너무 졸려서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그러자 염정훈은 외투를 입은 채 그녀의 옆에 누웠다. 그의 머릿속에는 서정희와 함께 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두 사람의 관계가 왜 오늘 이 지경까지 된 거지?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염정훈은 실오라기 같이 얇아진 끈이라도 놓기 싫었다. 잠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날이 밝았다. 염정훈은 깊이 잠든 서정희를 지긋이 쳐다보다가 미간에 살짝 입을 맞추고 방을 떠났다. 동쪽 하늘에서 해가 뜨면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따뜻한 햇볕이 만물을 어루만졌다. 햇빛에 눈을 뜬 서정희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밖에서 누군가가 찾아와서, 정원의 고요함을 깨버렸다. “잘못 찾아 왔습니다. 여기에 서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경호원들의 강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염정훈은 그 누구도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명령을 내렸다. 설령 찾아온 게 깔끔한 옷차림을 한 신사 같은 사람이더라도, 행여나 서정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뒷감당을 할 수 없었던 그들로서는 쫓아낼 수밖에 없었다. 슈트 차림을 한 남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