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7장

염정훈이 자리를 뜨자 서정희는 완전히 우울해졌다. 차안심은 서정희의 눈에 겨우 생겨난 빛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서정희는 창가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얼굴의 붓기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얼굴에 핏기가 없었다. 서정희는 멍하니 창 밖의 촘촘히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눈에 초점이 없었다. “정희야, 배 많이 고프지. 주방에서 방금 만들었어. 얼마 전에 짜장면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한 번 먹어 봐. 네가 먹고 싶었던 맛이 맞는지.” “놔 둬. 배 안 고파.” “배 안 고파도 아이 생각해서라도 먹어야지.” 지금은 오직 아이만이 서정희를 움직일 수 있었다. 서정희 손끝이 움직이는 것을 본 차안심은 얼른 젓가락을 쥐어주었다. “뜨거울 때 빨리 먹어. 내가 몰래 먹어봤는데 맛있어.” 차안심이 장난스레 혀를 내밀었다. “미안해. 대표님이 요구하신 거라서. 앞으로 네가 먹을 음식은 미리 체크하고 시식까지 해야 돼.” 차안심은 염정훈을 칭찬하려 했지만 얼마 전 일어난 일이 떠올라 하려던 말을 삼켰다. 몇 번이고 물어보려 했지만 자신의 신분이 미천하다고 생각해 입을 다물었다. 방안에는 서정희가 면 먹는 소리만 있었다. 자세히 들어야 들릴 정도로 소리가 작았다. 가끔 아삭한 야채를 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정희가 얌전히 밥을 먹고 있었지만 차안심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서정희가 자신이 아닌 아이를 위해, 서제평을 위해 사는 듯 했다. 밥을 먹다가 서정희는 여러 번 메스꺼움을 느꼈지만 참고 계속 먹었다. 영혼이 없는 기계 사람처럼 끊임없이 입안에 면을 밀어 넣었다. “그만 먹어.” 차안심이 젓가락을 뺏어갔다. “다른 걸로 가져다 달라고 할게. 염진 그룹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네가 먹고 싶은 것만 먹어.” 서정희는 그저 가볍게 웃을 뿐이었다. “나 같은 건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아. 그냥 배만 불릴 수 있으면 돼.” “정희야. 그러지 마. 보는 내가 다 안쓰러워 그래. 우리 이전처럼 즐겁게 지내자.” “즐겁게?” 서정희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 같은 사람은 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