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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장

갑자기 전화가 뚝 끊겼고 서정희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가 염정훈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것만큼 염정훈도 서정희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그동안 염정훈이 서정희를 계속 편하게 해 준 이유는 서정희에게 속아서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은 서정희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지금쯤 차연준은 이미 염정훈에게 알렸을 것이다. 서정희는 반드시 이곳을 빨리 도망쳐 나와야 했다. 그때 마침 차안심이 그녀를 찾으러 화장실로 들어왔다. “정희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의사들이 기다리고 있어.” “안 해, 안심 언니. 우리 가야 해, 당장 가야 해.” “왜? 다른 검사가 아직 남았잖아?” 서정희는 차안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오려 했다. “지금 하나하나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까 일단 우리는 여기서 빠져나와야 해. 여기 위험해.” 차안심은 이런 서정희의 행동이 그저 의아하기만 했다. “경호원들도 다 따라왔어. 대체 뭐가 위험하다는 거야? 지금 바로 염 대표님께 전화해서 해결하라고 할게.” “바보야, 그 인간이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서정희가 차안심을 끌고 밖으로 뛰쳐나오자 차안심은 그녀를 타일렀다. “안돼, 뛰지 마. 아직 3개월도 안 됐어. 임신 초기에 격렬한 운동은 최대한 삼가해야 돼. 내가 업어줄게.” 차안심은 서정희가 무엇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전혀 망설임 없이 얼른 몸을 숙여 서정희더러 업히라고 했다. “걱정 마, 나 힘 엄청 세. 우리 엄마도 나보고 나는 한 손으로 나무도 뽑을 수 있다고 했어. 얼른 업혀, 일단 먼저 이곳을 벗어나고 다시 얘기하자고.” 차안심은 바로 서정희를 등에 업었다. 날씬해 보이는 차안심은 의외로 힘이 정말 셌다. “참, 정희야. 우리 어디로 가?” “아무튼 병원에서 빠져나와야 해.” “그래.” 서정희는 자신이 뭐라고 해도 염정훈이 믿지 않았던 예전의 일들을 떠올렸다. 그는 그저 까칠한 말로만 몇 번이고 서정희를 비꼬았다. DNA 검사를 하려면 빨라야 4, 5개월 정도 이후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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