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0장

염정훈은 천천히 서정희 앞으로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며 말했다. “정희야, 나 따라와.” 아이를 달래는 듯한 그의 따뜻한 목소리였지만 왠지 모르게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차안심조차 이런 이상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서정희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염 대표님, 아가씨 검사 다 마쳤으니 제가 집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염정훈은 그제야 시선을 돌려 차안심을 바라봤다. “꺼져!” 지금 이런 모습의 염정훈은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 서정희는 차안심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안심 언니, 먼저 나가서 기다려. 정훈 씨와 따로 할 말이 있어.” 차안심은 서정희와 염정훈을 번갈아 보더니 두 사람이 긴히 할 얘기가 있다는 말에 그제야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서정희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정훈 씨, 아이에 대해 할 말이 있어.” 염정훈은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배 속의 아이가 내 아이라고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정훈 씨 아이야. 그날 당신이 열이 엄청 났던 날 그날...” 염정훈은 코웃음을 치더니 손을 내밀어 서정희의 턱을 들어 올렸다. “정희야, 거짓말을 좀 진짜처럼 할 수 없어? 내가 한 일을 내가 모른다고? 그게 말이 돼?” 서정희는 다급한 모습으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말했다. “나쁜 자식!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었어? 분명 당신이 그래놓고...” 염정훈은 그날 꿨던 꿈과 자고 일어났더니 온전한 차림이었던 것을 떠올렸다. “정희야, 내가 너의 거짓말을 믿을 것 같아? 내가 아팠던 일로 날 배신한 걸 감추려고? 정희야, 너에게 정말 실망이야.” 서정희는 조급한 마음에 입술만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염정훈이 어떤 성격인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서정희는 이런 상황에서 그와 싸우는 것보다 빨리 이 오해를 푸는 게 제일 급선무였다.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평생 당신 말고 다른 사람 옆에 있을 일 없다고 내가 약속했잖아. 맞지? 정훈 씨, 내가 당신을 뼛속까지 미워하고 원망한다고 해도 절대 아무에게나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