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0장
염정훈의 무뚝뚝함에 습관된 서정희는 그의 까칠함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서야 그녀는 직설적인 그의 성격보다 지금과 같이 얼굴에 띤 웃음과 애정을 담은 눈빛이 그 무엇보다 가장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단지 그녀는 추측일 뿐, 절대 임신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정훈 씨,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야. 평생.”
염정훈은 그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대답했다.
“정희야, 우리에게 앞으로 더 긴 미래가 남아 있어.”
서정희는 더 이상 염정훈과 따지지 않았고 그저 온몸을 웅크린 채 염정훈의 화를 돋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신병 환자와 도리를 따지는 것은 둘 중 하나 삶이 지겨워져 죽기를 택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염정훈 몰래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서제평의 몸이 완쾌되고 배 속의 아이를 순조롭게 출산하면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더 오래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전까지 그 어떤 문제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눈을 감은 서정희를 본 염정훈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준 후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정희야, 날 떠나려고 하지 마. 어리석은 생각 따위 하지 마, 응?”
분명 한 여름 6월이었지만 서정희는 온몸이 그대로 얼어붙은 채 꼼짝할 수도 없었다.
염정훈이 미치지 않았더라고 해도 반은 미쳐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텐트 위에 울려 퍼지는 새소리를 들으며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염정훈과 염정한은 이미 곁에 없었다.
그녀는 텐트에서 간단히 세수한 후 텐트의 커튼을 열었다.
상쾌한 산속의 아침 바람이 마음의 모든 불쾌한 감정을 말끔히 지워주는 것 같았다. 풀 내음 가득한 산속의 공기를 한 모금 길게 들이마시자 답답한 가슴도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진상정은 한창 다람쥐와 싸우고 있었다. 그는 두 손을 허리에 짚고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말했다.
“이 다람쥐 새끼, 나무에 올라가 있지만 말고 배짱이 있으면 한 번 내려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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