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4장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반딧불이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고요한 밤에 별들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따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재채기를 했다. “에취.” 염정훈은 그제야 몸을 일으켜 유리병을 들고 서정희에게 다가왔다. 이미 한참이나 잡아서 그런지 유리병 안에는 열 마리가 넘는 반딧불이 있었다. 섬에서의 경치만큼은 아니지만 유리 속에서 반짝이는 반딧불도 꽤 아름다웠다. “배 안 고파?” 염정훈은 자연스럽게 유리병을 건넸고 서정희가 받지 않자 그 병을 텐트에 매단 뒤 자신의 코트를 벗어 서정희의 어깨를 덮어줬다. “요즘 기온이 오르기는 했지만 산이라 많이 추워. 저녁도 별로 안 먹었잖아. 많이 배고프지? 내가 뭘 준비했는지 봐봐.” 서정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힐끗 바라봤다. “왜 이런 곳에 데리고 온 거야?” 염정훈은 그녀의 손을 잡고 캠핑 테이블로 가며 대답했다. “오늘 밤 별똥별을 볼 수 있대. 너 예전에 한번 보고 싶다고 많이 얘기했던 게 기억이 나서.” 예전에 그녀는 풍부한 소녀 감성으로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때의 서정희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별똥별을 보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염정훈은 항상 너무 바빴고 매번 약속을 어겼다. 그때마다 서정희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오늘만 날인가? 시간 날 때 또 와서 보면 되지. 급할 거 없어. 나 천천히 기다릴 수 있어.” 하지만 인생이 이렇게 변화무쌍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가 생각했던 한평생이 어떻게 불과 몇 년일 수 있었을까! 캠핑 테이블 위에는 신선한 재료가 가득 차려져 있었고 냄비에는 국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밤하늘에는 별과 달이 무드등처럼 걸려 있어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했다. 서정희가 그리워하는 캠핑은 캄캄한 야외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즐기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것이다. 염정훈도 그녀의 바램을 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희미한 반딧불 불빛 아래 작은 서정희의 얼굴에는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