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3장
서정희의 목소리는 그 여느 때보다 확실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제 염정훈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도 없이 오직 미움뿐인 것 같았다.
“알아.”
만약 예전에 서정희가 이런 말을 염정훈에게 했다면 그는 분명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불만도 없었고 오직 그녀에 대한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나는 사는 하루하루 항상 이 복수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어. 정훈 씨, 당신도 그 원수 중의 한 명이야. 그러니까 더 이상 시간 낭비 하지마.”
“정희야, 난 그냥 너에게 잘해 주고 싶어.”
차가 초록색 신호를 기다리는 틈에 염정훈은 과일 차를 그녀 앞으로 밀며 말했다.
“새콤달콤하고 맛이 꽤 괜찮은 것 같아. 한번 마셔봐.”
서정희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한 모금 마셨다. 임신한 후 시고 단 음식이 유난히 당겼다. 과일 차 안에 들어 있는 청귤과 패션프루트는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었고 거기에 라임과 자몽이 곁들여져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한 모금 마시고 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컵을 들고 계속 마시기 시작했고 새콤달콤한 맛은 위의 울렁거림을 가라앉혀 그녀를 한결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염정훈의 얼굴에 드리웠던 근심걱정도 사라졌고 그는 서정희를 데리고 예전에 자주 오던 레스토랑으로 왔다.
“음악회 들으러 온 거 아니야?”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잖아. 배 안 고파?”
염정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배 안 고파.”
서정희는 딱딱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염정훈은 전혀 짜증 내는 기색 없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럼 내가 먹을 때 옆에 같이 있어 줘.”
여기까지 말한 그는 순간 손을 내밀더니 예전처럼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서정희의 손바닥에 손이 닿은 순간 염정훈은 순간 멈칫했다.
서정희의 손이 이렇게 된 것이 모두 그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그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서정희는 비웃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봤어? 이러고도 우리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염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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