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5장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당장이라도 이 얼음장 같은 차가움에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정희야, 내가 널 배신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나를 배신한 적이 없다고?” 서정희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럼 말해봐. 염정한이 누구의 아이인데? 정한이 얼굴이 당신과 똑같이 생겼어. 백지연이 당신 얼굴 따라 조각했다고 그렇게 말하기라도 할거야?”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야. 정한이는...” 염정훈이 미처 제대로 설명을 하기도 전에 백지연의 번호로 별도 설정해 놓았던 전화벨이 울렸다. 서정희는 이 벨 소리가 제일 두려웠다. 염정훈이 무엇을 하고 있던지 그는 이 벨 소리만 울리면 백지연에게 달려갔다. 서정희는 그를 바라보며 비꼬는 말투로 한마디 했다. “왜 안 받아? 내 눈치 보는 거야? 나 이제 당신 아내 아니야. 당신이 무엇을 하든 나와 전혀 상관없어.” 염정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바로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서정희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정희야, 내 말 잘 들어. 정말 중요한 일이야, 하지만 너에게 숨긴 이유는...” 이때 다시 전화가 울렸고 이번에는 백지연에게서 온 전화가 아니라 민지가 건 전화였다. 이 시간에 민지가 염정훈에게 전화했다는 것은 분명 아이와 관련이 있는 일이기에 염정훈은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인데?” 늘 침착하던 민지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염 대표님, 작은 도련님께 큰일이 생겼어요. 지금 어디에 계세요?” “정한이? 무슨 일인데?” “사모님이 아이를 보고 싶다고 해서 도련님과 아가씨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제가 아가씨 기저귀를 갈아주는 사이 도련님이 몰래 문을 열고 나가다 그만 계단에서 굴렀어요...” 염정훈과 가까이 있는 서정희도 전화기 너머 민지의 울음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염정한이 사고를 당했다는 말에 서정희의 안색도 순간 어두워졌다. 마치 다친 사람이 자기 친아들인 것처럼... “아이는? 괜찮아?” “도련님이 바로 쓰러져서 일단 응급실에사 검사받고 있어요. 염 대표님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