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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장

지난번 염정훈이 서정희와 서제평을 섬에서 급히 데려온 이후로 서시우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고 이미 귀국했다고 들었다. 자신이 서정희를 데려갔다고 해서 A 시로 돌아가 서정희를 빼앗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러니까 서시우에게 서정희는 그저 한순간을 즐기기 위한 노리개일 뿐 그녀에게 진심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순간 염정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뱄는데 그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염정훈은 어떤 마음으로 서정희를 대해야 할지 몰랐다. 요 며칠 그는 최대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계속 스스로를 설득해 보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서정희 뱃속의 그 아이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내려가지 않았고 남의 씨앗을 도저히 자기 아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이십여 일... 곧 수술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정희는 몸이 안 좋아 많이 야윈 상태라 수술대에 오르기 전에 몸조리를 잘하기 위해 몸보신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한 염정훈은 또 사람을 시켜 몸보신 음식 재료들을 한가득 보내라고 했다. 식사를 마친 서제평이 계속할 말이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서정희는 그를 보며 말했다. “아빠, 할 말 있으면 해.” 서제평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정희야, 혹시 그 손목 때문에 아직도 정훈이 화를 내고 있는 거야? 깨어나 보니 너희 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어. 정훈이는 어떻게든 너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데 너는 정훈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 하니 요 며칠 동안 집에 와서 밥도 먹지 않고 너를 자꾸 피하는 것 같아.” “아빠, 나와 그 사람 사이가 좀 벌어지긴 했어. 정훈 씨가 나를 피하는 건 내가 화난 걸 알아서야.” “계집애야, 너 예전에 정훈이 얼마나 좋아했어.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한평생 살면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잘못을 알고 고치면 되는 거야.” 서정희는 할 말이 정말 많았지만 임신 중이라 마음이 불편하고 짜증이 나기도 해 더 이상 설명하려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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