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1장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기 너머로 무거운 물건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염정훈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라고? 임신?” “엽산을 먹잖아. 임신하지 않았는데 이걸 먹을까?” 염정훈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 “잘못 본 거 아니야?” “형님아, 내가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긴 했지만 글자 볼 줄 알아! 엽산이라는 글자를 내가 모를까 봐 그래?” 순간 전화가 끊겼다. 차연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 인간이 왜 이러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아영은 다급히 서정희에게 달려가 엽산을 그녀의 손에 쥐여 주며 말했다. “약병에 있는 약들 비타민 통에 옮겨 닮는 거 잊지 마.” “고마워.” “고맙긴, 꼭 건강한 아기를 낳아줘야 해. 알겠지?” 진아영이 서정희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서정희는 고개를 끄덕였고 순간 무슨 생각이라도 났는지 갑자기 물었다. “누가 본 건 아니지?” “걱정하지 마, 내가 얼마나 민첩한데. 게다가 포장이 알록달록해서 남자들은 이게 뭔지도 몰라.” 서정희도 차연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 염정훈과는 인연이 없을 거로 생각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됐어, 너무 무리하지 말고 푹 쉬어.” “응, 너도 몸 잘 챙기고, 휴가 때 보러 올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내가 귀찮을 거로 생각해서 연락 안 하거나 그러면 안 돼. 알겠지?” “응. 그래.”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서정희는 포장 상자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엽산을 비타민 병에 옮겨 담고는 자리를 떠났다.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하니 그녀도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밖에 둥둥 떠다니는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마저도 한결 보기 좋았다. 그녀는 길을 걷다가 좋아하는 케이크와 밀크티까지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가 생긴 후, 그녀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만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아가야,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밀크티야. 맛있는지 한번 먹어 볼래? 이 무스 케이크, 엄마가 안 먹은 지 벌써 10년이나 됐어. 네가 나오면 엄마가 꼭 사줄게.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