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7장

서정희가 자신을 증오하는 모습을 보면서 염정훈은 더욱 힘을 주어 그녀를 껴안았다. “정희의 우리 재결합하자.” “재결합? 내가 왜? 난 지금 당신을 보기만 해도 역겨워.” 미친 거 아냐? 지금 그런 말이 입밖으로 나와? “아니면 백진연이 지금 반신불수라 싫어진 거야? 나쁜 자식!” 염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거 아니야. 백지연의 일은 말 못할 사정이 있어. 사실......” 염정훈은 더 이상 서정희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의 원한과 오해가 너무 깊어졌다. 그는 이대로 서정희를 잃고 싶지 않아서 진실을 털어놓으려 했다. 그런데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백 어르신이 오셨습니다.” 염정훈은 그제야 서정희를 풀어줬다. “정희야, 먼저 쉬고 있어.” 염정훈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서정희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지난번과 같은 좋은 기회를 놓쳤으니, 당분간은 서재평을 데리고 떠날 기회가 없을 것이다. 서재평의 현상태로는 크게 움직이는 게 좋지 않았다. 재활 치료사, 침구사, 영양사, 그리고 전문 의사들이 그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했다. 서정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고로 사람들은 권세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권세를 부릴 수 없다는 사실을 싫어할 뿐이었다. 거실에 도착하자, 염정훈의 시야에 출원한 지 얼마 안 되는 백 어르신의 수척해진 모습이 들어왔다. 안쓰러워 보였다. “어르신.” 염정훈의 소리를 듣자, 백 어르신은 눈꺼풀에 힘을 주며 눈을 떴다. 혼탁한 눈동자에서 예전의 총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머리는 까만 머리카락을 찾아보기 힘들게 백발이 되어 있었다. “정훈아.” 그는 잠긴 목소리로 염정훈을 불렀다. “어르신,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백 어르신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말했다. “말이 쉽지. 우리 백씨 집안이 이대로 대가 끊기게 생겼어. 나중에 무슨 면목으로 조상들을 만나겠니.” 염정훈은 따뜻한 물을 건네면서 위로의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