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1장

서정희는 가까운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것을 보고 덜컥 겁이 났다. 이제 서제평은 그녀가 이 생을 살아가는 마지막 희망이다.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서제평이 떠나지 못하게 최선을 다해 그를 붙잡고 싶었다. 그녀는 서제평의 몸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오른손을 다쳐 수건도 제대로 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원정은 그녀의 얼굴에 비치는 쓸쓸한 표정을 바로 눈치채고 수건을 짜서 그녀의 손에 쥐여 주며 타이르듯 말했다. “누나, 조급해하지 마세요. 염정훈은 급소를 피해서 쐈어요. 시간이 좀만 지나면 누나의 손이 회복될 수도 있으니 우리 천천히 쉬면서 기다려요.” 그 말에 서정희는 입꼬리를 올려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염정훈에게 봐줘서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겠네.” 그녀는 축 처진 손목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제일 후회하는 게 염화진 그 미치광이를 죽이지 못한 거야. 조금만 빨랐어도 죽일 수 있었는데.” 서정희는 아무리 아파도 찍소리 하나 내지 않는 염화진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녀가 분명 정상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정희 누나, 염화진도 몸이 안 좋아요. 사실 걔도 편하게 지낸 날이 별로 없어요.” “그럼 나는? 나는 잘 지냈어?” 서정희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희 누나...” 정원정은 차라리 이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다 잘 될 거예요.” 서정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항상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오늘 서제평의 차분한 얼굴을 보니 꼭 그뿐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 나에게는 아빠도 있어. 다 잘 될 거야. ” “오늘 밤 푹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아저씨 수술 진행할게요.” “응.” 그날 밤 서정희는 긴장과 흥분의 감정에 휩싸여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이날을 반년 동안이나 기다렸다. 뜬 눈으로 하루를 지새운 그는 날이 밝자마자 정원정을 보며 또 한 번 물었다. “원정아, 진짜 아무 일 없겠지?” “당연하죠. 정희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난번에 아저씨 정밀 검사 다 해 봤어요. 수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