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3장
하늘에서 장대같은 비가 쏟아졌다. 서정희는 우산을 든 채 묘비앞에 한참이나 서있었다. 몸에 한기가 서리는 것 같아 염정훈은 보다 못해 입을 열었다. “돌아가자. 많이 늦었어.”
서정희는 그저 조용히 서있기만 했다. 갑자기 사라질 것만 같았다.
또 한 번 가족을 잃은 서정희는 더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그 모습이 염정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염정훈은 그녀를 품에 감싸안았다. 서정희는 우산 아래서 담담하게 염정훈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빛이 가슴을 베는 듯 했다.
“희야, 슬퍼하지 마. 너에겐 내가 있잖아.”
염정훈이 있어서 서정희는 더 슬펐다.
산바람이 무섭게 불어왔지만 가녀린 모습은 왜인지 더 단단해 보였다.
서정희는 말없이 그대로 자리를 떴다. 이제 그녀는 더 잃을 것도 없었다.
불안해진 염정훈이 마음속으로 자신을 설득했다. 자신에게 시간을 조금만 더 준다면 서정희의 마음의 상처를 꼭 치유할 수 있다고 말이다.
서정희가 침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 한 염정훈은 그제야 시름이 놓여 서재로 갔다.
진영이 사실대로 보고했다. “아가씨에 대해 좀 찾아낸 게 있습니다. 그때 아가씨가 유괴되어 남쪽의 외딴 산속으로 끌려가 민며느리로 지냈다고 합니다.”
“민며느리?” 한 글자 한 글자씩 염정훈의 입에서 뱉어져나왔다.
“네. 워낙 작고 가난한 마을인데다 사람들도 어리석어 아가씨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쇠사슬에 묶여 저녁에는 개집에서 잠자고 돼지랑 음식을 뺏아먹고 어린 나이에 농사일도 하다가 잘못하면 매를 맞았다고 합니다.”
진영의 말을 들을수록 염정훈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꽉 쥔 주먹에 핏줄이 살아났다. 유괴되었을 때 화진이가 몇 살이었다고!
염진 그룹에서는 그 누구도 함부로 못하는 아가씨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가 있지?
“그 가족들은 아직 살아있고?”
“죽었답니다. 몇 년전에 큰 불에 타죽고 아가씨는 아마 그 틈을 타서 도망쳤을 겁니다.”
얼마 안 되는 대화로 염화진의 절반 인생을 다 얘기했다. 염정훈은 그제야 염화진 몸의 흉터가 어떻게 생긴 건지 알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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