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0장

문앞에 서서 기다리던 서정희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엄마는 도대체 어떤 집안으로 시집 갔는지 비아냥거리고 싶을 정도였다. 백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진심으로 변선희를 대하지 않았다. 전에 그렇게 최선을 다해 백 어르신을 모셨는데 그 어르신은 백선희를 가족으로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가장 고통스러울 사람은 백선이었다. 백지연의 목숨으로 변선희를 살린다 해도 변선희가 깨어났을 때 백선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평생을 백지연을 친딸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백선이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선택을 해야 할까. 누구를 선택해도 지는 게임이기에 백선은 평생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간호사가 달려왔다. “환자분 깨어났어요. 보호자 분 빨리 보러가세요.” 백선이 몸을 돌려 간호사를 따라갔다. 서정희도 서둘러 뒤따라갔다. 주치의가 병실 문앞에 서있었다. “보호자분, 환자분이 일반 병실로 옮겨서 남은 시간은 가족분들이랑 같이 보내고 싶대요. 결정은 보호자분들이 하시면 돼요.” ICU 병동에 있으면 면회가 불가능했다. 게다가 매 한 번의 응급처치는 그녀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것이다. ICU에 남으면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살린다 해도 오래 살 수는 없었다. 백선이 서정희를 바라보았다. 서정희는 고통으로 이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는 백성늘 부축하면서 입을 열었다. “환자분 뜻대로 할게요.” 변선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적어도 떠나기 전까지 만이라도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ICU 병실에서 나온 변선희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살이 많이 빠져있었다. 얼굴은 손바닥만큼 작아져있었다. 아픈 기색이 역력한 변선희었지만 두 사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선희야, 고생 많았어.” “엄마.” 변선희의 모습을 본 서정희는 마음이 아팠다. 그전의 원한도 싹 사라졌다. 변선희는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다. 백지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피며 물었다. “지연이는? 지연이 아직도 나한테 화 많이 나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