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9장

단주연 입에서 나온 진실이, 잔혹한 현실이 백선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 백선은 온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백선에게는 현실을 받아들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가슴속의 분노가 큰 풍선마냥 점점 부풀어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듯 했다. “너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백선의 눈에 핏기가 서렸고 목소리는 더없이 싸늘했다. “아니. 이걸로는 부족하지. 두 번째 큰 선물도 준비했으니 기대하라고.” 단주연은 어딘가에 홀린 듯 한 모습이었다.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네가 매일 변선희와 사랑을 나누었던 밤은 나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너도 똑같이 느껴봐.” 말을 마친 단주연이 백선의 배를 걷어차고는 가볍게 백선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백선이 배를 움켜쥐고 일어났을 때는 이미 거리가 꽤 벌어졌다. “백선, 난 예전의 네 뒤에 서서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바보가 아니야.” 하얀색 한복을 입은 단주연은 형용할 수 없는 고귀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눈가에는 광기가 서려있었다. “기다릴게. 네 화목한 가정이 무너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때까지.” 백선이 황급히 병원으로 왔을 때 백지연은 이미 검사까지 마친 상태였다.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도 백지연은 변선희의 친딸이었고 그동안 키운 정도 있어 백선은 백지연의 상태가 걱정되었다. “선생님, 제 딸 어떻게 됐어요?” 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닥 좋지 않아요. 몸 군데군데 분쇄골절이 있는데다 장기까지 손상되어 바이탈이 많이 떨어진 상태예요. 현재로선 목숨에 지장이 없다지만 너무 약해서 더이상 무리하면 안됩니다.” “그럼 골수 이식은…” 백선이 아직 말을 끝내지도 않았는데 의사가 고개를 저었다. “골수 이식이요? 절대 안 돼요. 지금 이 상태에서 골수까지 뽑으라고요? 원래도 면역력이 약한데 골수 이식까지 하면 그냥 환자분 죽으라는 거예요.” 백선은 드디어 지연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연의 얼굴에서 전과 같은 오만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병든 몸으로 누워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가여웠다. 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