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5장

염정훈은 서정희의 냉담함을 확연히 느꼈다. 이전 같으면 강제적으로 그녀를 데려갔을 것읻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뒤라 염정훈의 마음은 온통 죄책감 뿐이었다. 심한 말은 커녕 눈빛조차 매섭지 못했다. “희야,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또 네가 상처 많이 받았다는 것도 알아. 걱정마. 내가 최대한 빨리 아버님 구할게. 아버님 별일 없으실꺼야.” 서정희는 여전히 등을 돌린채 차갑게 얘기했다. “아빠 찾으면 다 끝나? 배후를 찾지 못하면 다시 아빠를 찾아온다 해도 또다시 살해될거야. 나한테 제대로 설명해주겠다고 나랑 약속했잖아. 언제면 얘기해주는데?” 이전 같으면 단호하게 확답을 주었겠지만 지금 이 순간 그럴 용기가 없었다. 어떻게 서정희한테 그녀의 가족을 해친 사람이 자기 친동생이라고 얘기해야 할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해 가족을 죽여? 염화진은 같은 피를 나눈 친동생이었다. 어려서부터 금이야 옥이야 불면 날아갈까 쥐면 깨질까 아끼고 아끼며 키운, 그것도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어렵게 찾은 친동생이었다. 서정희한테 얘기 할 것이다.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 다음에 말이다. 마른 입술을 핥고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희야. 이 일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내가 약속한 건 천천히 조사할 거야. 조급해 하지 말고 일단 나랑 집에 돌아가서 푹 쉬자.” 서정희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며칠 간 어디도 안 가고 병원에서 엄마 옆에 있을거야.” 서정희가 결연한 것을 보고 염정훈도 더는 어쩔 수 없었다. 할 일이 많아 계속 정희 옆에 있어줄 수 없었다.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두 사람 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더이상 얘기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여기 남으려면 남아. 무슨 일이 생기면 도울 수 있게 진상정이 병원에 남아 있을거야.” 말이 보호지 감시였다. 서정희도 더는 말싸움 하기 싫었다. “마음대로 해.” 서정희가 자신과 더는 얘기하기 싫어하는 듯 해 염정훈도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그래.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