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4장

염정훈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저 병원에 엄마를 보러 온거라면 굳이 밤에 떠날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염화진의 일로 서정희한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예전처럼 서정희를 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서정희의 곁으로 다가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경호원까지 물리치고 한밤중에 나가? 그러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내가 말했지. 아직 위험하니까 어딜 가든 경호원 데리고 다니라고.” 서정희는 서시우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염정훈도 서정희의 불만을 살까 더는 묻지 않았다. “밤에 잠이 안 와서 나왔어.” 염정훈이 코를 매만지며 조심스레 물었다. “서시우의 차에 탔다고 들었는데 둘이 잘 아는 사이야?” “아니. 성씨가 같기도 하고 한번 구해준 적이 있을 뿐이야. 병원에 간다길래 같이 왔어.” 서정희는 둘 사이에 대해 그저 가볍게 얘기해주었다. “그건 그렇고 어젯밤에 베놈 갔었잖아. 뭐 더 찾아낸 거 있어?” 서정희의 눈길이 잘생긴 염정훈의 얼굴에 떨어졌다. 이건 서정희가 염정훈한테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 염정훈이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염화진의 울퉁불퉁한 흉터투성이인 팔이 떠올랐다. 염정훈은 아직 완벽하게 이 일을 해결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적어도 서정희를 저버리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서정희한테 얘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결정이 서정희에게 가장 큰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염정훈은 몰랐다. “베놈 비밀 아지트인 고성에 갔었어. ” 서정희는 염정훈의 표정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래서? 뭐 발견한 거 있어?” “이번엔 섣불리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고 혼자 갔었어. 베놈에서 찾은 수많은 비밀 연구개발 자료를 기술부에 넘겨 처리했어.” “자료 말고는? 다른 사람을 만나진 않았어?” 서정희의 맑은 두 눈을 본 염정훈은 순간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서정희가 이미 무언가를 알아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었다. 어젯 밤에 혼자 찾아간 건데 그녀가 어떻게 알까? 염정훈은 최대한 침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