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5장
백선은 여자 옆으로 다가와 초조해하는 기색으로 물었다.
“우리 딸 당신 손에 있나요?”
여자는 그를 올려다보았고 악귀 모양의 가면이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주가 끝나면 알려줄게요.”
백선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참았다. 베놈이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 너무 잘 알기에 함부로 자극하지 못했다.
여자가 옆으로 좀 옮겨 앉은 것을 보고 백선도 그녀 옆에 앉았다.
백선은 피아노를 칠 줄 안다. 하지만 그저 악보를 보며 더듬더듬 한 곡을 겨우 연주할 수 있는 정도이다.
여자가 치는 피아노 리듬에 이끌려 그는 오랫동안 손대지 않았던 피아노를 천천히 한 음보 한 음보 쳐 내려갔다.
연주를 겨우 마친 백선은 다시 물었다.
“당신이 내 딸을 납치했나요?”
여자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백혈병 때문에 저를 찾아온 거 아니에요? 아내가 아직 중환자실에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구할 방법이 있나요?”
“당연하죠. 안 그러면 저를 왜 찾아오셨는데요?”
그녀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백선은 전혀 즐거운 기색 없이 오히려 경계하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조건이 뭡니까?”
순간 여자가 낮은 소리로 피식 웃더니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조건이 있긴 있죠.”
백선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그녀의 향수 냄새를 선명하게 맡을 수 있었다. 장미 향이다. 그것도 아주 그윽한 장미 향...
저녁 바람에 옆에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이 백선의 뺨에 닿았고 머리카락에서는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 순간 백선은 저도 모르게 뒤로 한발 물러섰다.
여자는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고 그녀의 체온은 보통 사람보다 조금 낮은 것 같았다.
“뭔데요?”
여자는 또박또박 한 글자씩 내뱉었다.
“저와 봄바람 같은 하룻밤을 보내요.”
순간 백선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이 여자가 그런 요구를 할 줄은 꿈에서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 뭐라고요?”
백선은 자신이 환청이라도 들은 줄 알았다.
여자는 한 손으로 천천히 그의 가슴을 쓰다듬더니 손을 위로 올려 그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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