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3장

문밖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고 순간 긴장한 서정희는 옷소매를 꽉 쥐었다. 예전에는 염화진이 그녀 뒤에서 암암리에 모든 것을 조종했지만 지금은 두 사람의 신분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염화진은 아직 그녀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한편 서정희는 눈앞에 곧바로 진실이 나타난다는 생각에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문이 열리자 흰 치마를 입은 늘씬하고 마른 몸매의 여자가 들어왔다. 얼굴은 가면을 썼지만 겉으로 드러난 피부는 눈처럼 뽀얗다. 몸매만 봐도 가면에 가려져 있는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알 수 있었다. 멀쩡한 다리를 봐서는 전에 일부러 다른 사람의 눈을 속이기 위해 다리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고 얼굴도 까맣게 칠해 눈길을 피하려 했던 것 같았다. 바람이 그녀의 흰 드레스를 휘날렸고 그녀의 전체적인 모습만 보면 분명 매우 온화하고 선량한 여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3m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양손을 옆으로 늘어뜨린 채 쉰 목소리로 말했다. “Y 선생님, 저를 찾으셨습니까?”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진짜 목소리이다. 이전과는 전혀 달랐고 그다지 듣기 좋은 편은 아니었다. 심지어 듣다 보면 목에 상처가 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서시우는 다리를 포개고 보석 반지를 천천히 돌렸고 방 안에서는 어느새 강한 냉기가 감돌았다. 서시우는 그녀 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보더니 한마디 했다. “이만 나가세요.” 문청과 오인범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서시우 앞이라 감히 아무 말도 못 하고 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방 안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 서정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오늘은 염화진의 신원만 확인하러 왔을 뿐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서정희는 감히 숨소리까지 내지 않으려 했다. 방안에는 염화진만 남았지만 그녀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등을 꼿꼿이 편 채 곧게 서 있었다. 서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화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고 염화진의 앞에 선 그는 손을 뒤로 한 채 차가운 눈빛으로 염화진을 바라보았다. “그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