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2장
서정희는 그녀처럼 얼굴에 가면을 쓴 서시우의 곁을 따라다녔다.
그는 손가락에 낀 사파이어 반지를 빼고 에메랄드빛 반지로 바꿨다.
이 오래된 성에 발을 들여놓은 그녀는 꼭대기 층에서 피아노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그때 마침 까마귀 한두 마리가 머리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장미 덩굴은 어두운 조명 아래 더욱 요염하고 아름답게 보였고 분명 곧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서정희는 저도 모르게 등에 소름이 돋았다.
서시우는 애써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시고 나만 따라오세요. 그리고 좀 이따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말도 하지 말고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오늘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염화진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고성에 발을 들여놓자 피아노 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고 온 세상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때 두 남녀가 분주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며 그들을 맞이했다.
서정희의 앞에 가까이 와서야 그녀는 두 사람이 얼굴 반쪽에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가면에도 그녀는 남자가 오인범, 여자가 문청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두 사람을 다시 만난 서정희는 자신의 얼굴이 마스크에 가려져 그나마 지금의 들뜬 감정을 감출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이 두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은 그녀와 염화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두 사람은 거의 뛰다시피 그들의 앞으로 달려왔다. 그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 듯 헐레벌떡 겨우 숨을 쉬며 서시우로부터 3m 떨어진 곳에 공손히 서서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Y 선생님.”
서정희는 서시우의 넓은 어깨 뒤에 가만히 서 있었고 마당 안에 있는 가로등 불빛은 그의 그림자를 더 길게 늘어뜨렸다.
서시우는 손을 뒤로 뒷짐을 진 채 서 있었고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카리스마는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신분이 있는 것 같다.
서시우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리자 두 사람은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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