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0장

백지연의 다급한 눈빛에 여자는 그녀의 산소마스크를 벗겼고 백지연은 일관해 오던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 “뭘 하냐고?” 여자가 가볍게 웃었다. 그녀의 예쁜 얼굴은 백지연의 추억 속에 남아 있던 얼굴과 큰 변화가 없었다. 시간은 유난히 그녀에게만 관대한 듯 얼굴에 주름 하나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예전의 그녀는 항상 온화하고 선량하며 영원히 부드러운 눈빛으로 백지연을 바라봤기에 백지연에게는 항상 아름다운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백지연의 마음속에 가장 착한 여자는 엄마였고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었다. 교통사고가 난 후에야 그녀는 단주연의 입가에 번진 미소를 보며 순간 이 여자가 얼마나 지독하고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알게 되었다. 백지연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를 좋아했잖아요. 그런데 왜 죽은 척하며 뒤에서 이런 일을 하는데요?” “좋아서?” 단주연은 입가에 광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백지연 기억 속의 상냥한 엄마의 모습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그녀의 손길에 백지연은 온몸이 덜덜 떨렸고 하루 만에 벌어진 일과 상식을 벗어난 너무 많은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앞에 있는 여자는 천사가 아니라 온갖 꿍꿍이를 다 하고 있는 악마였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 네가 어렸을 때 나만 졸졸 따라다니며 매일 밤 나랑 잤던 거 기억 안 나? 착한 딸, 엄마 잊은 거야?” ‘엄마’라는 단어에 백지연은 순간 소름이 돋았고 눈물은 그칠 줄 모르는 듯 하염없이 흘러내리며 베개 속으로 스며들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백지연의 눈시울은 빨갛게 퉁퉁 부었다. 몸이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마음의 상처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엄마를 이렇게 오랫동안 그리워했는데... 내가 친딸이 아니라고 해도 한때는 나를 키웠잖아요.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나는 한 번도 그 여자를 엄마로 받아들인 적이 없어요. 심지어 복수하기 위해 유산까지 하게 만들었고 다시는 아이를 낳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