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6장
서정희의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수건을 내려놓은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정훈 씨가 씻겨, 나는 옷 갈아입어야 하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염정훈이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왔다.
서정희는 차마 아이에게 손을 쓰지 못했지만 염정훈이 아이를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염정훈을 볼 때마다 서정희는 항상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코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아이와 같이 이 험한 세상을 살았다면 어쩌면 그마저도 위험에 빠뜨렸을지 모른다.
지금의 서정희는 자신의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정훈은 곧바로 서정희를 따라 들어왔고 순간 옷을 갈아입는 서정희의 뽀얀 피부가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서정희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자 염정훈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렸다.
분명 더 친밀한 스킨십까지 한 두 사람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서로 낯선 사람이 된 듯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몸의 본능조차 그들에게 두 사람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서정희가 옷을 다 갈아입고 나서야 염정훈은 다시 방에 들어왔다.
“아이는? 어린아이 혼자 욕조에 내버려 둔 거야?”
“걱정하지 마, 민지에게 맡겼으니까. 근데 할 말이 있어.”
“응.”
서정희는 반팔 잠옷만 입은 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겉옷까지 걸쳤고 속살이 조금이라도 드러나지 못하게 꽁꽁 감쌌다.
염정훈은 이런 그녀의 행동이 불만스러웠지만 시간이 촉박해 별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밤 아저씨와 함께 베놈 만나러 갔다 올 거야.”
“내가 당신 아내도 아닌데 나에게 스케줄 보고할 필요 없어.”
서정희는 시큰둥한 얼굴로 한 마디 내뱉고는 옆에 있는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정희야, 너 꼭 이래야 해?”
서정희는 책을 덮고 고개를 들더니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염정훈,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당신을 걱정해? 내가 뭔데? 전처? 아니면 원수?”
염정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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