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2장

역시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염정한과 완전히 반대인 듯했다. 어린 소녀의 눈에는 서정희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했다. 어린아이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옆에 있던 민지가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죄송해요. 정희 씨, 지애가 성격이 내성적이라 낯선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녀가 말을 하기 전에 서정희는 이미 손을 내렸다. 물론 백지연에 대한 한을 어린 소녀에게 풀지는 않겠지만 염지애가 이렇게 그녀를 미워하는 이상 굳이 가서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염정한도 따지고 보면 백지연의 아이이지만 녀석을 보자마자 첫눈에 바로 친근감이 느껴졌다. “괜찮아요, 아직 아이잖아요. 그런데 민지 씨야말로...” 서정희는 민지의 다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리 괜찮아요?” 배에서 지한은 민지에게 총을 쏘는 바람에 그녀가 다리를 다쳤었다. 민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 총이 다행히 급소를 겨누지 않아서 집에서 몇 달 동안 쉬었더니 많이 나았어요. 다친 신경을 천천히 회복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이를 돌보는 데는 영향이 없어요.” 지한도 그때 확실히 공격할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진짜로 급소를 겨눴다면 민지는 지금쯤 이 다리를 못 쓰게 될 수도 있었으니... “괜찮다니까 됐어요.” 안 본 사이 염정훈은 많이 컸는지 안고 있으니 바로 무거운 느낌이 들어 서정희는 녀석을 바닥에 내려놨다. 그동안 염정한도 많이 변한 듯했지만 침 흘리기 좋아하는 것은 여전했다. 서정희는 손을 뻗어 염정한의 작은 코를 주무르며 말했다. “이 꼬맹이, 침 흘리는 것 좀 봐.” 염정한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자 왼쪽 뺨에는 보조개가 옴폭 패였다. 전에는 잘 안 보였지만 오늘은 눈에 확 띌 만큼 선명했다. 그 모습에 서정희는 살짝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염정훈과 백지연, 분명 보조개가 없는데 아이에게 어떻게 보조개가 있지? 순간 서정희의 머릿속에 서시우의 얼굴이 스쳐 지났다. 서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