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5장

염정훈의 전화를 끊은 백지연의 마음은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았다. 염정훈이 드디어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녀에게 이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으랴! 그녀는 답답한 마음을 떨쳐버리고 옷을 갈아입은 후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외출하는 길에 그녀는 전화 한 통을 받더니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다 했어요. 그 여자 오래 못 살 거예요. 내일 갈게요. 좀 이따가 중요한 약속이 있어요.” “안돼. 잊지 마! 너의 골수가 그녀와 일치하다는 거! 그러다가 만약 다른 사람이 알기라도 하면 변선희는 다시 살 수 있다고! 내가 사람을 보내 너를 데리러 가라고 할 테니까 거기에 꼼짝 말고 있어. 3일만 숨어 있으면 돼. 3일만 지나면 변선희는 반드시 죽을 거야.” 백지연은 속으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요, 식사하고 나서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밖에 좀 더 있다가 가도 될 거로 생각했다. 차에 올라타 휙휙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백지연은 다시 한번 변선희의 얼굴을 떠올렸다. 분명 과거에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이 마침내 죽게 되었으니 당연히 기뻐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화장을 고치기 위해 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려던 백지연은 순간 변선희가 준 카드에 손가락이 닿이자 저도 모르게 순간 멈칫했다. 변선희는 카드 비밀번호가 백지연 생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했는데도 백지연은 정작 변선희의 생일도 모르고 있었다. 변선희가 진짜로 죽을죄를 지었을까? 순간 백지연의 마음은 또 한 번 심란해졌다. 어디까지 왔냐는 염정훈의 메시지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 백지연은 서둘러 자신의 위치를 보내며 음성 메시지까지 같이 보냈다. “정훈 씨, 10분이면 도착할 것 같아. 좀만 기다려줘... 쾅쾅.” 음성 메시지의 마지막에는 엄청난 굉음이 들렸다. 순간 염정훈은 사고가 났음을 직감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았다. “차 돌려, 백지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