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4장

베놈이라는 말에 순간 서정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저씨,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전에 저를 납치한 사람들이 바로 베놈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절대 좋은 인간이 아니에요.” “나도 알고 있어. 나도 그 사람들을 극도로 미워했었어. 그들은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지만 또 가끔은 사람들을 기사회생하게 할 때도 있어. 선희를 위해서는 나도 더 이상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서정희는 그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변선희를 겨냥하고 있는지 잘 몰랐지만 나쁜 의도로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을 게 분명했고 지금쯤 아마 백선을 괴롭히기 위해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저씨, 그 사람들을 찾는 것은 악마와 손을 잡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정희야, 선희가 이대로 죽는 거 눈 뜨고 보고만 있을 거야?” 만약 일주일 전이라면 서정희는 분명 변선희의 생사에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젯밤, 변선희의 품에 안겼을 때의 그 느낌을 생각하면 서정희는 절대 변선희가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 병원에 오는 길에 진상정도 병실 복도 CCTV 확인 결과를 서정희에게 알려줬고 그날 병실에 들어온 외부인은 백지연뿐이었다. 하지만 백지연이 정말 자기 양어머니에게 이런 짐승만도 못한 짓을 했을까? 그렇다면 백지연이 원하는 건 또 무엇이었을까? 어쨌든 이것은 모두 서정희의 추측일 뿐이었고 그 어떤 실질적인 증거도 없었다. 백선은 가만히 앉아 있는 서정희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정희야, 난 이미 결정했어.” 허탈하게 앞으로 걸어가는 백선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정희는 큰 무력감이 그녀의 온몸을 덮치는 듯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힘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베놈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는 변선희를 돕고 싶지만 정말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었다. 이제 어떡하지? 염정훈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하지만 그의 주위에는 염화진과 백지연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염정훈과 가까운 사이였지만 서정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