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6장
서정희는 그날 온종일 병원에서 변선희를 돌봤다. 밤이 깊어지자 1인실에 입원해 있던 변선희가 킹사이즈 병상 침대에서 서정희더러 자기 옆에 누우라고 했다.
서정희는 십 년 넘게 기다려도 한 번도 엄마와 옆에서 잔 적이 없었지만 친딸이 아닌 신분이 밝혀지자 오히려 분위기가 신기할 만큼 화기애애해졌다.
두 사람은 침대에 나란히 누운 채 천장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때 변선희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꼭 쥐고는 상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정희야, 내 친딸이 누구든 간에 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야. 요 며칠 여기에 누워있으면서 예전의 많은 일들을 다시 생각해 봤어. 예전에 나는 너와 너희 아빠를 정말 함부로 대했던 것 같아. 병에 걸린 것도 아마 그 벌을 받으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아. 나는 이미 죽을 각오를 했어. 이번 생에서는 지금 그이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으니까 후회하지는 않아.”
서정희는 바깥의 불빛을 통해 변선희가 말을 할 때 얼굴에 띠고 있는 행복한 미소를 보았다.
“정희야, 네가 나를 미워하고 엄마 보러 여기지 않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나는 항상 너를 내 친딸로 여겼어. 네가 결혼할 때도 엄마가 참석하지 못했고 네가 이혼하고 힘들어할 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 너에게 정말 미안한 게 너무 많아. 요 몇 년 동안 내가 펀드에 투자한 돈이 있어. 너의 아빠가 사고가 났을 때 한 거야. 이 돈을 우리 그이더러 꺼내서 이 카드에 넣어 달라고 했어.”
변선희는 베개 밑에서 카드를 꺼내 서정희의 손에 꼭 쥐여주며 말했다.
“엄마가 너에게 주는 혼수라고 생각해. 얼마 안 되지만 내 작은 성의를 봐서라도 받아줘.”
순간 서정희는 그동안의 그녀에 대한 불만과 기다림이 순식간에 전부 사라진 것 같았다.
“나 돈 필요 없어. 평소에 쓸 곳도 없고. 엄마의 이런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감사해.”
“그냥 받아. 그래야 내 마음도 조금 편해지니까. 그리고 정희야, 나와 한 가지만 약속할 수 있을까?”
“응, 뭔데?”
변선희는 입술을 한 번 달싹이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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