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0장
서정희가 염정훈의 옆에 있으면 그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정희를 뼛속까지 원망하고 있는 염화진이 그녀가 떠난 것을 알면 오히려 잠잠해질 것이고 그때가 되면 염정훈을 이용해 염화진이 얼굴을 드러내게 할 수 있었다.
서정희는 염정훈에게 정원정이 레오라는 사실을 일단 말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이 모든 것들이 확실해지기 전에 자신에게도 비상 카드 하나쯤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빠가 그의 손에서 안전하고 수술도 레오가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이런 상황에 최대한 그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온종일 잠을 잔 서정희는 정작 밤이 되자 오히려 머리가 점점 맑아지고 있었다.
정원정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고 서정희는 계속 그의 신분을 모른 척하며 문자 여러 통을 보냈다.
하지만 정원정 외에 지한의 행방도 묘연했다.
새벽 2시, 물을 마시러 나온 서정희는 염정훈의 서재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그도 아직 안 자고 있음을 알았다.
예전 같으면 그녀는 염정훈이 배가 고플까 봐 야식이라도 만들어 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서정희는 그걸 보고도 물만 마시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 염정훈과는 남이니까...
다음 날 아침 일찍, 그녀는 경호원과 같이 병원으로 갔다.
서정희는 지난번에 변선희에게 병문안을 자주 오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서정희에게는 또 다른 속셈도 있었다.
병실에 들어서니 백선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고 그는 어제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지 얼굴이 더욱 초췌해 보였다.
서정희가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아저씨.”
넋을 놓고 있던 백선은 그제야 그녀를 올려다보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
“정희 왔어? 선희에게 말동무 좀 해줘. 기분이 좀 좋아지게.”
“네, 알겠어요. 그리고 아저씨, 지난번에 말한 산후조리원 알아보시는 건 어떻게 되셨어요?”
백선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희야,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네. 그때 그 산후조리원이 없어졌어.”
“없어졌다고요? 아무리 사장님이 운영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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