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6장

백선은 맥없이 답했다. “알았다. 내가 두 사람 만날 수 있게 해볼게. 그런데 선희가 지금 많이 허약해. 너무 오래 대화할 수는 없을 거야.” “주의할게요. 고마워요.” 백선은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널 억지로 붙잡아 와서 강제로 검사까지 시켰는데, 내가 응당 사과해야지. 미안해.” 백선의 초췌한 얼굴을 보면서 서정희는 나무랄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제가 오히려 고마워 해야죠. 아저씨가 아니었더라면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 거예요. 제가 엄마 딸이 아니라면, 진짜 따님을 찾으면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알았다. 선희 만나러 가자. 당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아야지.” 백선은 서정희를 데리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갑작스레 너무 많은 일들이 터져서 서정희는 염화진의 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변선희가 자신의 친 엄마가 아니면, 그럼 서재평은? 친 아빠가 맞나? 아니면 친 아빠도 따로 있는 건가? 서재평은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까?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서재평과의 지난날을 아무리 애써 되새겨보아도 이상한 구석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밖에 내리는 촘촘한 빗줄기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 어느덧 차가 병원 앞에 도착했다. 서정희는 급히 차에서 내리다가 넘어질 뻔 했다. 다행히 백선이 부축해서 넘어지는 건 모면했다. “조심해.” “네, 고마워요.” 서정희는 짧게 인사하고 얼른 뒤따라갔다. 변선희가 병에 걸린 사실을 안 이후로 처음 그녀를 만나러 간다. 서정희는 변선희를 만나는 순간, 마음이 매우 복잡할 것 같았다. 변선희는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걸 처음부터 알아서 자신을 차갑게 대한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변선희는 자신한테 아무것도 빚진 게 없다. 우아하고 고고했던 귀부인의 이미지는 이제 변선희에게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많이 수척해졌고, 산발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안색은 창백했고, 유난히 기력이 쇠약해보였다. 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문 방향으로 시선을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