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2장

순간 진상정은 다리에 힘이 풀렸고 말을 더듬거렸다. “대표님, 우리는 유물론자 아닙니까. 이제 고요히 잠 들었을 아가씨를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아가씨가 화나서 무덤에서 일어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염정훈은 진상정의 쓸데없는 말을 들을 기운이 없었다. 진상정도 염정훈의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다. “사람들 불러서. 지금 당장 무덤 파.” 염정훈은 강하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나쁜 일을 적게 한 진상정이 아니지만 여태껏 타인의 무덤을 파는 이토록 비도덕적인 짓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무덤을 파면서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아가씨, 절 원망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입니다. 원한이 있으시면 오빠를 찾아가세요.” 염정훈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진상정이 그더러 차에 가서 비를 피해라고 했지만, 아예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심지어 관에 스크레치가 날까 봐 나중에서는 무릎 한쪽을 굻고 손으로 흙을 팠다. 염정훈이 이토록 딱해 보이는 건 처음이다. 진상정은 그가 뭘하려는지 궁금했다. 드디어 관이 드러났다. 염정훈의 표정은 복잡했다. 두려움 가득한 얼굴에 약간의 기대가 섞여있었다. 관 안에 누워있는 시체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대표님, 지금 바로 관을 열까요?” 염정훈은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곧 결정을 내렸는지 입을 열었다. “열어.” “네. 대표님, 좀 멀리에 서 있으세요.”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는데, 죽기 전에 동생이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염정훈은 너무 비통해서 시체를 그대로 남겼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지금쯤 시체는 아마 썩어서 뼈만 남았을 것이다. 진상정은 염정훈이 뭘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관을 열려고 하자, 하늘에서는 또 한 번 땅이 뒤흔들릴 것 같은 우렛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삽을 들었던 진상정의 손이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 염정훈은 큰소리로 외쳤다. “열어!” 못을 박아 밀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