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1장

진상정은 전화를 끊자 염정훈에게 전화 내용을 전달했다. “대표님, 베놈이 사모님이 계셨던 섬까지 찾아냈습니다. 백 선생님은 우리가 정보를 넘긴 줄 알고 사모님을 데려왔다고 합니다. 지금 가서 사모님을 모셔올까요?” “그럴 필요 없어. 골수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거야. 그 전에 가서 확인할 일이 있어.” 진상정은 항상 1순위였던 서정희도 잠시 내려놓고, 염정훈이 뭘 확인하겠다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염정훈의 상태는 안 좋아 보였다.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핸들을 잡은 손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염정훈이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게 한 그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 설마 옛 연인? 어쨌든 오늘 밤 염정훈의 상태는 이상했다. 차는 도로에서 질주했고, 진상정은 뿌려 나갈까 봐 손잡이를 꽉 잡았다. 차가 시가지에 들어섰다. 진상정은 염정훈의 목적지에 대해 추측해 보았지만 묘지에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 늦은 밤에 할머니를 뵈러 왔나? 밖에는 천둥번개를 수반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차는 오르막길에서도 질주했다. 번개가 하늘을 가르면서 묘지에 빼곡히 들어선 묘비들이 비췄다. 시체가 여기저기에 널린 무덤 같은 전장에서 살아남은 진상정도 눈앞의 광경에 등골이 오싹했다. 작은 골목길에 도착하자 차는 드디어 멈춰섰다. 진상정은 재빨리 우산을 치켜들고 염정훈을 위해 비를 막아주려 했다. 하지만 염정훈은 우산은 고사하고 영혼을 빼앗긴 것 마냥 휘청거리면서 산을 톺아 올랐다. 큰 비로 인해 땅은 푸석푸석했고, 그 위로 걷기만 하면 발이 움푹 꺼져 들어갔다. 허나 염정훈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다시피 올라갔다. 무거운 군화가 물이 고인 지면을 밟으면 물이 옆으로 마구 튕겼다. 산에는 미약한 불빛이 묘비를 비추고 있어서 음산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광풍이 몰아치다보니 주위의 나뭇가지에서 쏴쏴 소리가 났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염정훈의 발걸음 소리와 심장 소리밖에 안 들렸다. 그는 실성한 야수 같이 정신없이 앞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