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5장

최근 들어 백선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자 진영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백 선생님이 포기한 걸까요?” “쉽게 포기하지 않는 분이셔. 내가 받아들이지 않을 걸 알고 다른 방도를 알아보고 있을 거야.” 자신이 섬에 가지만 않으면 섬의 위치는 알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정희는 안전할 거야! 진영은 방탄복을 건네면서 말했다. “혹시나 해서 입으세요. 가슴에 칼 맞은 상처가 아직 안 나았잖아요.” “엉, 알았어.” 염정훈은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을 쳐다보았다. 온 세상이 어둠으로 휩싸인 것 같았다. 진영이 운전하면서 투덜거렸다. “이렇게 무더운 걸 보니 곧 큰 비가 올 것 같네요. 비가 오는 날은 기분이 늘 꿀꿀해요.” “곧 비가 내려 이 도시의 얼룩들은 깨끗이 청소할 텐데， 나쁠 것도 없지. 얼른 운전해.” 염정훈은 곧 거사를 치를 것이다. 예전처럼 출발하기 전에 서정희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서정희는 방금 오리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러다가 거위 무리에게 쫓겨서 세 바퀴나 달았다. 그녀는 헐떡거리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뭘 했기에 그렇게 숨이 차?” “거위한테 쫓겨 다녔어. 힘들어 죽겠네.” 서정희는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았다. 매일 사람들이 그녀의 모습을 사진 찍어서 염정훈에게 보냈다. 그는 그녀가 거위에게 쫓기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목소리도 따라서 부드러워졌다. “잘 휴식하고, 몸 잘 돌보고 있어.” “약 잘못 먹었어?” 예전에는 자신이 아프다고 하면 비웃기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정희야, 애는 우리 다시 가질 수 있을 거야.”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 서정희는 날씨가 더워서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염정훈 미친 거 아냐?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우리 둘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서정희는 수평선 위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하루가 또 지나갔네. 이때 바닷소리와 함께 헬기 소리가 가까워졌다.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