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3장

정씨 저택 정원의 벚나무 아래에 비밀 통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정원정은 그 통로에 뛰어들었다. 도시 외곽 지하 거점. 정원정은 올블랙 의상으로 갈아입고 얼굴에 가면까지 착용하고 지문 인식으로 진입했다. 그리고는 어둡고 기나긴 계단을 내려갔다. 공기 중에는 곰팡이와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그러다가 계단의 끝에서 문 하나를 여니 완연한 새 공간이 펼쳐졌다. 각종 선진 설비들이 파란색 빛을 뿌리고 있었고, 도처에 로봇이 지나다녔다. 정원정이 입구에서 정보를 입력하자 로봇의 기계음이 울렸다. “검증이 통과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레오.” 그는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의 머리가 눌렸다. 그러면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늙은이를 어디에 숨겼어?” 가면 뒤에 숨겨진 정원정의 얼굴에는 서정희를 대하던 온화함이 온데 간데 사라졌다. 그는 팔꿈치를 뒤로 힘껏 날렸다. 그러자 그 여자는 잽싸게 피했다. 그 찰나에 정원정은 그 여자를 잡아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위치가 바뀌었다. 그는 한 손으로 그 여자의 팔을 끌어당기고, 한 손으로 그 여자의 뒷덜미를 눌러 그녀의 얼굴을 벽에 갖다 대고 끌었다. 그러자 그녀가 쓰고 있던 여우 가면이 벽과 마찰하면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정원정은 여자라고 전혀 봐주지 않았다. “내가 전에 경고했지? 내가 어떤 짓을 해도 상관 안 하지만, 그 여자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여자는 피식 웃었다. “서정희가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두 사람 다 그 여자 때문에 안절부절 못해?” “그건 당신이랑 상관없고! 서씨 집안일에서는 손떼! 그렇지 않으면......” 정원정은 목소리를 한껏 깔았다. “그 사람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이 서정희처럼 쓸모 없는 인간으로 보여? 가만두지 않을 거면 어쩔 건데? 한 번 보여줘 봐.” 그 여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듣자니 이번에도 네가 한 방 먹었다며?” 여자의 말은 정원정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그는 손에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