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7장
백지연은 불만을 토로하려고 입을 열었다고 다시 닫았다. 언제부턴가 염정훈은 자신에게 말 한 마디도 아꼈다.
“정훈 씨, 내 얼굴이 안 보여?”
염정훈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두 뺨에 빨갛게 손자국이 나 있었다.
“누가 그랬어?”
“아빠가.”
“그럼 어찌할 방도가 없네.”
염정훈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서류를 펼치기 시작했다.
백선을 찾아가서 따질 수도 없는 일이다.
백지연과의 관계를 벗어나 염정훈은 백선 자체를 존중했다.
염정훈의 무관심한 반응에 백지연은 총총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서정희가 누구에게 맞았대도 이렇게 냉담한 태도를 보일 거야?”
감히 정희랑 비교해? 염정훈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지한 때문에 도로 삼키고 화제를 돌렸다.
“상정더러 병원에 데려다 주라고 할게.”
“나 당신 약혼녀야.”
백지연은 염정훈의 성의가 없는 태도가 거슬렸다. 예전에도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존중은 해줬다. 하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자신을 싫어하는 마음이 표정과 행동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약혼식에 오지 않았잖아.”
“왜? 약속을 어기려고? 지한 씨한테 했던 평생 지켜주겠다던 약속 잊지 마. 지한 씨 아니었으면 당신은 이미 죽은 몸이야.”
백지연은 이 말을 무한 반복했다. <별무리>를 가지고 싶다고 했을 때, 염정훈이 거절하자 지한의 죽음을 들먹였고, 해경 별채도 원래는 서정희를 위해 준비한 건데, 그녀가 또 지한의 죽음을 입에 올리자 염정훈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줬다.
게다가 염정훈이 몇 년 간 입찰부터 토지 매입, 건설까지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든 병원까지 빼앗아갔다. 이는 염정훈이 서정희에게 애를 낳은 다음 선물하려고 했던 병원이었다.
서정희의 착한 마음을 알고 있었던 염정훈은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자선 기금까지 준비했다.
그는 서정희가 얼마나 기뻐할지 상상하면서 준비했다.
하지만 백지연은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병원 지분을 달라고 징징거렸고, 병원 이름까지 바꿔버렸다.
때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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