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9장

진상정에 비하면 진영은 냉정한 축이었다. 진영이 얼굴을 굳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사모님, 본인 신분을 잘 알고 계실텐데요. 대표님이 사모님을 찾기 위해 며칠이나 밤낮을 쉬지 않고 고생을 했는데 지금 사모님이 다른 남자를 위한답시고 하시는 행동이 대표님한테 얼마나 큰 상처가 되실지 생각은 해보셨어요?" 서정희가 왜 그걸 모를까. 하지만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이 아이는 옆집 동생이에요. 제가 데리고 떠나달라고 부탁했어요. 다 내 잘못이니까 이 아이는 건드리지 마세요." 정원정은 초조해하는 정희의 모습을 보고 살짝 웃었다. "누나, 그만 해요. 소용 없어요. 이런 결말이 있을거라 생각해뒀었어요." 정원정은 위험을 무릅쓰고 서정희의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었다. 마지막 한 걸음만 남았었는데, 정원정은 운이 조금 없었을 뿐이다. 정원정은 상업계를 주무르는 염정훈이 해양경찰까지 동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염정훈의 시선이 정원정한테 꽂혔다. 목소리는 더없이 차가웠다. "넌 아주 똑똑해." "대표님보다야 못하죠. 하느님마저 대표님 편인데 한 발짝 차이로 진 것도 결국 진 거죠." 당당하게 서있는 정원정의 모습은 대쪽같은 대나무 같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당당함이 풍겨졌다. 사실 염정훈은 정원정이 마음에 들었다. 정원정은 용기와 지략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그 나이에 보통 볼 수 없는 야망도 있었다. "야망이 있는 건 좋은데 이 여자는 아무나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염정훈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옛날부터 그런 말이 있잖아.승자가 왕이다." "알고 있어요." 해양경찰의 배들도 점점 사라져갔다. 이내 잔잔한 바다에 배 두 척만 남게 되었다. 갑판 위의 그리 밝지 않은 불빛이 염정훈의 몸에 쏟아져내려도 그가 풍기는 한기를 없애주진 못했다. 염정훈은 서정희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리 와." 서정희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염정훈을 화나게 만들고 싶진 않았지만 정원정의 곁을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진상정이 마른 기침을 하며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