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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장

염정훈은 진상정의 말에 답하지 않고 서둘러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제인 등 사람들의 자료가 들어있었다. 염정훈도 제인에 대해 인상이 있었다. 얼마 전에 서정희가 자신의 서재에 몰래 들어가서 보던 자료도 제인에 관한 자료였다. 그 뒤로 제인은 정신병원에 들어갔고, 당일로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이 일은 염정훈도 아는 사실이었다. 서정희는 자료를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제인이 애를 낳은 사실까지 세세하게 다 적었다. 염정훈은 맨 마지막 페이지에 남겨진 주소를 보면서 말했다. “사람을 시켜서 이 주소를 조사해봐. 뜻밖의 수확이 있을 수도 있어.” “네.” “그리고 손옥현을 잡아서 입을 열게 해.” 염정훈이 더 화가 났던 건 몇 해 동안 그 사람이 염진 그룹에 사람들을 심어놓았다는 것이었다. 그가 조사하기 시작하니 심지어 매일 그의 사무실을 청소하던 아주머니도 사라졌다. 상대방은 만반의 준비를 했고, 자신한테 발각될 것까지 감안했던 것이다. 손옥현이 그가 심어놓은 사람이라면 절대 놔줄 수가 없지. “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가서 진행하겠습니다. 그런데 대체 누가 이런 단서를 우리에게 제공했죠?” 염정훈은 태양혈을 꾹꾹 눌렀다. 그는 서정희가 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서재평의 누명을 벗기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정희는 내가 이렇게 미운 걸까? 어떻게 문자 하나, 전화 한 통 없는 걸까? 염정훈의 마음은 모순되었다. 그는 진실을 알고 싶으면서도 진실이 두려웠다.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이면 서정희는 그와 철저하게 의절할 테니까. “아직도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았어?” “모든 호텔, 서 씨 댁, 빌라, 친구의 거처까지 가봤는데 못 찾았습니다. 사모님은 아예 간 적이 없었습니다. 사모님은 지금 숨은 겁니다. 물론 대표님을 피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설령 자신을 피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염정훈은 서정희가 자신에 대한 신뢰가 철저하게 깨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터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허탈하게 웃었다. 상황이 이 지경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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