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장
밤이 깊어졌지만 서정희는 잠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창가에 기대어 벚나무를 멍하니 바라봤다. 모찌가 나무 아래에서 기지개를 펴고는 발톱으로 땅을 파댔다.
정원정을 따라 떠나려고 마음먹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초조했다.
정원정의 제안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건강상태는 날로 나빠지고 있고, 정원정이 레오를 찾아준다고 했다. 게다가 자신의 위암도 치료해준다고 하니, 떠나는 것이 그녀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떠나기로 결정한 그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워졌다. 마치 마음속에 짙은 안개가 낀 듯 어딘가가 내키지 않았다.
이때 정원정의 방에서 처량한 소리가 들려왔다.
“때리지 마세요.”
서정희가 방문을 열자 방안은 지저분했고, 정원정은 구석에 숨어서 버려진 강아지마냥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원정아, 괜찮아. 내가 있어.”
서정희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소년은 큰 강아지마냥 그녀에게 덮치 듯 안겼다.
“누나, 꿈에서 엄마가 죽던 그날 밤으로 돌아갔어요. 그 사람이 다리미를 들고 마귀처럼 웃고 있었어요.”
서정희는 정원정의 상처를 피해서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위로했다.
“겁내지 마. 그건 꿈일 뿐이야.”
낯선 남자의 품은 그 사람과 다른 체온이 느껴졌다. 서정희는 손으로 그의 이마를 만졌다.
“너 지금 열나. 얼른 누워.”
상처가 감염되어 고열 증상을 보였다. 서정희는 분주히 드나들면서 그의 열을 내렸다.
정원정은 불안 속에 잠들었다. 그는 자는 내내 그녀의 옷소매를 잡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서정희는 가여운 소년을 내려다보면서 한탄했다. 세상에 불행한 사람들은 너무나 닮았다. 그리고 항상 자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이 있었다.
서정희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의 옆을 지켰고, 이틀 낮과 밤이 지나서야 열이 내렸다.
아침 햇볕이 틈새를 뚫고 방안을 비췄다. 눈을 뜬 서정희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침대에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정원에 깨끗한 셔츠를 입은 소년이 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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