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장

서정희는 정원정의 집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따뜻해서 모찌를 안고 벚나무 아래서 햇볕 쪼임을 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렸다. 고양이들까지 정원에서 뛰어다니니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가 따로 없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광경을 눈앞에 두고도 서정희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그녀는 아직 생사불명의 상태였고, 인테넷에는 그녀의 사연으로 들끓었다. 백지연이 내연녀네, 변선희가 딸로 부귀영화를 바꿨네 하는 글들이 비일비재했다. 백 씨 집안에서 거금으로 댓글 삭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삭제하면 바로 또 생겨났다. 오히려 서정희의 개인정보는 잘 보호되어 하나도 유출되지 않았다. 백지연을 욕하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고도 서정희는 기쁘지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두 사람 모두 피하자이기 때문이다. 서정희가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이번 일을 통해 서재평이 사람들 앞에 노출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한이 지금 행방불명 상태였다. 그녀는 지한이 변고가 생겼거나, 아니면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정원정의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사색에 빠졌던 터라 갑자기 나는 소리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속눈썹이 떨렸다. “아빠를 생각하고 있었어. 그 여자는 내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할 테니, 다음에는 아빠를 상대로 일을 꾸미지 않을까 걱정돼.” 정원정은 과일을 그녀 앞에 가져다주면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딸기 하나를 그녀의 입가에 가져갔다. 서정희는 정원정이 너무 낮은 자세로 자신을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정원정 본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서정희에게 잘 보이려는 그의 마음은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만약 누나가 걱정된다면 내가 누나를 대신해 아저씨를 안전한 곳으로 이전할게요.” 이 말에 서정희는 갑자기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정말 그렇게 해줄 수 있어? 너한테 너무 어려운 걸 부탁하는 거 아냐?” 정원정은 활짝 웃으면서 반짝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