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0장

서정희는 그녀의 말에서 악의가 느껴졌다. 반정찰 기술이 매우 뛰어난 그녀한테서 목숨을 건지려면 반드시 꼭꼭 숨어야 했다. 다행히 이 배는 낡아 빠졌지만 꽤 커서 수색을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릴거고 인원이 부족하니 그렇게까지 자세히 수색하지는 않을거다. 서정희는 재빨리 선실을 향해 달려갔다. 배는 반쪽만 바다에 가라앉았고 바닷물이 깨끗하지 않아 악취가 코를 찔렀다. 서정희는 아무도 자신을 구할 수 없고 살고 싶으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길이 아무리 위험하고 더러워도 그녀는 견뎌야만 했다. 그녀는 비린내가 나는 바닷물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예상대로 곧 발자국 소리가 배에 울려퍼졌다. 서정희는 코를 막고 가라앉아 바닷물에 몸을 잠겼다. 사각지대에 숨어있으니 상대방이 물속으로 내려오지 않는 한 절대 자신을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아래로 향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서정희는 놀라서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 사람이 손전등으로 수면을 비췄지만 물이 매우 혼탁하여 일부 오래된 물체의 윤곽만 희미하게 보였다. 그 빛에 서정희는 멀지 않은 곳에 시신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래 된 시신은 아닌 것 같다. 물에 잠겨있어 시신은 찐빵처럼 부풀어올랐고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물속에 흩어져 있는 긴 머리카락으로만 여성의 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번에 제인의 시신을 검사한게 마지막으로 시신과 가까이하는 것이었다. 이 시신은 얼굴이 물고기에 물려뜯어 제인 것 보다 나을게 없다. 물고기 한 마리가 그녀의 안구에서 헤엄쳐 나와 서정희의 손가로 향했다. 서정희는 격하게 뛰는 심장을 만지며 비명을 애써 참았다. 이런 곳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니 시신을 처리하기에 완벽한 정소였다. 급한 나머지 길을 가릴 겨를도 없어 시신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가 좀 수상해요!" 오인범이었다. 서정희는 옷자락을 꽉 쥐고 눈을 감았다. 여기까지 인가? 그녀는 칼을 들고 죽을 각오로 싸울 준비를 했다.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