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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장

만약 필요한 게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수 있다. 염씨 가문과 백씨 가문 두 집안이 서로 힘을 합쳤을 때 제일 넉넉한 게 바로 돈이다. 그저 상대방이 돈이 아닌 다른 것을 원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휠체어에 앉은 백지연의 할아버지는 손을 팔걸이에 얹은 채 화를 내고 있었고 깡마른 손등에는 핏줄이 선명히 드러났다. 한편 백선은 최대한 태연한 얼굴로 대처하려 했다. 돈보다 염정훈의 신분을 폭로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백지연을 잃더라도 그들은 염정훈의 비밀을 지켜야 했다. 백지연의 할아버지와 백선은 한 번 눈빛을 교환하더니 순식간에 서로의 생각을 읽었다. 자신의 핏줄이 아무리 바다에 매달려 목숨이 위태롭다고 해도 염정훈의 그 비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기에... 그들에게는 별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저 상황을 모르는 변선희만 끊임없이 흐느끼며 외치고 있었다. “말해봐요, 뭘 원하는지! 원하는 만큼 다 드릴게요.” “백 사모님의 눈물은 정말 감동적이네요. 이 외부인조차 그 눈물에 마음이 약해지겠어요.” 상대방의 목소리는 또 한 번 들려왔고 비록 안타까운 말투였지만 들리는 사람의 귀에는 한없이 음산한 느낌을 줬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은 또 한마디 보탰다. “하지만 궁금한 게 있어요. 이렇게 가슴 아픈 눈물은 남편의 딸을 위한 거예요? 아니면 친딸을 위한 눈물인 거예요? 도통 모르겠네요.” 변선희는 코를 훌쩍이며 대답했다. “두 사람 다 내 딸이에요. 그걸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요?” “하...” 상대방은 코웃음을 한 번 치더니 말을 이었다. “당연히 있죠. 아무리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손가락마다 길이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 다르잖아요. 그리고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단지 당신들과 폭탄 게임을 하고 싶을 뿐이죠.” “다들 TV 보셨죠? 폭탄 제거 전문가들은 보통 마지막 순간에 두 가닥의 전선을 남기게 됩니다. 그중 하나는 일반 전선이고 나머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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