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3장

기절했던 서정희는 천천히 깨어났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가 약 묻은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과 코를 가려 기절시킨 것이다. 아직 약효가 다 가시지 않아 서정희는 온몸에 힘이 없었고 이곳저곳이 쑤시고 아팠다. 눈은 두꺼운 검은 천에 가려져 빛 한 점 볼 수 없었고 손목 발목도 끈으로 꽁꽁 묶여 있어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서정희는 창고같이 비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고 주위의 썩은 냄새가 그녀의 코를 찔렀다. 그녀는 주위를 탐색하기 위해 몸을 돌리려 했으나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없을 정도로 너무 비좁았다. 서정희는 단번에 이곳이 바로 차의 트렁크임을 알았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순간 서정희의 머릿속에는 강선화의 죽음이 떠올랐다. 강선화는 목이 졸려 살해된 뒤 바다에 던져졌고 시체가 물에 부풀려져 볼품없이 된 후에야 겨우 발견돼 인양되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서정희의 차례일까? 배후에 있는 사람은 아마 서정희가 염진 그룹에 출근한 일에 불만을 품고 이 게임을 빨리 끝내려는 것 같다. 그래서 염정훈은 약혼식 날 그에게 큰 선물을 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서정희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 떠나기 전, 위험을 감지한 서정희는 옷 속에 접이식 칼을 숨겨뒀다. 다행히 그녀는 유연성이 좋아 몸이 반원형으로 접히는 것쯤은 문제없었으며 그 자세로 점퍼 안에 있는 칼을 몸을 조금씩 흔들며 천천히 찾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폐쇄된 공간에 있다 보니 그녀의 온몸은 이미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차가 정차도 하지 않고 끊임없이 달리는 것으로 보아 지금쯤 아마 고속도로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즉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서정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다.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있는 힘껏 손끝에 힘을 주어 주머니를 쓰다듬으며 칼을 찾았다. 순간 손끝이 접힌 칼의 표면에 닿았고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쿵쾅거렸다. 드디어 찾았다! 그녀는 천천히 칼을 더듬어 꺼내 천천히 줄에 톱질했다. 서정희는 줄을 너무 눈에 띄게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