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2장

서정희는 분명 염정훈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게 아닌데 두 사람의 분위기는 마주하고 있는 것보다 더 이상하다고 느꼈다. 염정훈은 불쾌감이 짙게 밴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야?”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아니라고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서정희는 마음을 굳게 먹고 대답했다. “응, 그래도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인데 오늘만큼은 내 입으로 직접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 염정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축하해줘서 고마워.” 말을 마친 뒤 서정희는 전화를 끊었고 그녀는 통화가 끊긴 전자음을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염정훈 스스로 하겠다고 한 약혼인데 꼭 마치 서정희가 강요하는 것처럼 내키지 않아 하는 그의 모습이다. 염정훈 입장에서도 서정희에게 초대장을 보낼 수는 없다. 보내는 순간 그의 약혼식은 망치는 것과 다름없다. 백지연은 물론이고 변선희도 분명 엄청 화를 낼 것이다. 염정훈과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때마침 정원정의 전화가 걸려왔고 서정희는 마치 하늘에서 동화 줄이 내려온 것 같았다. “원정아.” “정희 누나, 좋은 아침이에요.” “혹시 나 데리러 와줄 수 있어?” 서정희가 조심스럽게 정원정에게 부탁했다. “물론이죠, 저 거의 다 왔어요. 1분 후면 누나 동네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해요.” “알았어, 바로 내려갈게.” 서정희는 CCTV를 통해 밖이 안전한지 확인한 후에야 필요한 물건을 들고 쏜살같이 달려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아파트 입구까지는 가는 골목마다 사람이 있었기에 이렇게 가까운 몇 분 거리는 상대방이 감히 그녀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서정희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쿵쾅거렸다. 8，7，6... 서정희의 손에 꼭 쥐여 있던 휴대전화에 단지 앞에 도착했다는 정원정의 메시지가 왔다. 심지어 이모티콘까지 보내며 급할 거 없으니 서정희더러 천천히 정리하고 내려오라고 했다. 화면에 뜬 귀여운 이모티콘에 서정희는 저도 모르게 긴장된 마음이 잠시나마 녹아들며 저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