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7장

서정희는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쉽다고 생각했다. 염정훈과 변선희한테서 받은 상처가 정원정이 만들어준 맛있는 한 끼 식사 덕분에 바로 치유되었다. 사랑이 부족한 사람일 수록 타인의 작은 손길에도 쉽게 구원 받는다. 정원정은 정희의 심경변화를 알아채고는 물었다. "누나,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사인해 줄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고. 너무 실패한 인생이지?" 가볍게 말한 정희의 말에 정원정은 걱정 어린 눈빛으로 정희를 바라보았다. "누나, 사람마다 실패에 대한 생각이 달라요. 제가 보기엔 누나는 세상에서제일 멋진 사람이에요. 실패한 인생 아니에요. 불행한 결혼 생활은 기껏해야 인생의 작은 실수일 뿐이에요." "하지만 인생이 이렇게나 길고 그 누구도 신이 아닌데 누가 인생을 예측할 수 있어서 실수 하나 저지르지 않고 살아가겠어요?" 서정희가 미간을 찌푸렸다. "내 일을 알아?" "지난 번 크루즈에서 염 대표님 품에 안겨있던 사람이 누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병원에 있던 날에도 싸우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어요. 죄송해요. 일부러 엿들으려던 건 아니었어요." 서정희가 씁쓸하게 웃었다. 어쩐지 밥 사러 간 사람이 그렇게 오래 걸린다 했더니. "괜찮아. 사실인 데 뭐." 정원정이 디저트까지 만들어서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누나만 괜찮다면 제가 사인해도 될까요? 무슨 수술을 하는데요?" 서정희는 담담했다. "위 절제 수술." 평온하던 정원정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누나 설마." "네가 생각하는 대로야." "그럴 리가요. 누나 이렇게 젊은데, 어떻게 그런 불치병에..." 당황한 그의 얼굴을 본 서정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정원아. 난 마음의 준비를 끝냈어. 그리고 네가 생각한 것처럼 심각하지 않아. 약물 치료 한번 받았는데 효과가 아주 좋아." 백지장같은 원정의 얼굴에 표정이 숨김없이 다 드러났다. 말간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고 눈꼬리도 약간 붉어진 원정은 목이 메어왔다. "누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니까 아무 일 없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