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6장
정원정은 서정희의 눈가에 스친 실망감을 보지 못한 듯 서정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나가다가 누나가 보여서요. 길 잃었어요? 아니면 발목을 접질렀어요?"
서정희는 그의 부축을 거절하고 마지못해 웃으며 일어났다. "그냥 갑자기 뭐 좀 생각하느라고. 잠깐 앉아있었어."
"우리 집이 이 근처인데 누나만 괜찮으면 집에 들러서 모찌 보고 가실래요? 모찌 누나 많이 보고싶어 하는데."
모찌는 거절할 수 없었다.
따뜻한 차 안은 밖과는 사뭇 달랐다. 정원정은 아직 입대지 않는 음료수를 건넸다.
"집에 가서 마시려고 했는데 누나가 마시면서 몸 좀 녹여요."
서정희는 고개를 숙여보았다. 대추생강차였다.
"고마워."
"뭘요. 고마울 것까지야." 정원정은 웃으며 핸들을 돌렸다.
서정희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생강차가 처음부터 그녀를 위해 사온 것이라는, 정원정을 만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원정은 흔들림 없이 당당한 모습이었다.
서정희는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서정희는 생강차를 한모금 마셨다. "그 어리던 애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서."
정원정은 이제 어린 시절의 앳된 모습과 통통하던 젖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수염 하나 없이 매끈하고 날렵한 턱선은 조금 날카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핸들을 꺾는 정원정의 손목에 걸린 시계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소년의 풋풋함과 어른의 진중함이 뒤섞인 이상한 관계성의 스타일이 정원정한테는 전혀 위화감이 없는 듯 했다.
입꼬리를 끌어올린 정원정이 길가에 차를 세웠다. "누나, 잠깐만요."
말을 마친 정원정이 빗속으로 뛰어들어갔다. 10분 뒤 손에 크고 작은 가방을 들고 돌아왔다.
신선한 과일도 있었고 여자 옷도 한 벌 들어있었다.
종이가방을 서정희의 품에 안겨주고는 빙그레 웃었다. "누나 치맛단이 젖은 것 같아서 어림짐작으로 한 벌 샀어요. 사이즈가 안 맞아도 그냥 입어요."
"참, 그리고 이건 방금 자른 과일이예요. 이걸로 먼저 배 좀 채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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