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2장

서정희가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란 몸이 눈 앞을 가렸다. 염정훈이 변선희의 손목을 붙잡았다. 전에는 어른 공경을 생각했다면 지금의 염정훈은 위협감을 억누르지 않고 여실히 드러냈다.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워낙 곱게 자란 변선희는 붙잡힌 손목이 아파 얼굴을 찡그렸다. "정훈 씨 지금 그 쪽 도와주고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이에요?" "도와요?" 염정훈은 코웃음을 치며 손을 놓아주기는 커녕 은근히 힘을 더했다. "제 일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거 싫어해요. 아시겠어요?" 변선희는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이 손 좀 놔요." "똑똑히 보세요.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야말로 당신 딸이에요." 염정훈은 변선희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염정훈한테 손목을 잡힌 변선희의 얼굴에 두 줄기의 눈물 자국이 생겼다. 서정희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다. 염정훈이 가져다 준 아픔을 서정희에게 가했다.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지연이처럼 말썽 안 부린다면 시름 놓을 텐데." 서정희는 화가 나서 피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위가 점점 더 아파져와 배를 감싸안았다. "당신이 한 번 떠나면 10년 씩이나 안 돌아오는데 뭘 그리 걱정할 게 있었다고 그러세요?" 변선희는 죄책감을 느끼기는 커녕 오히려 화를 더 냈다. "아무리 뭐래도 넌 내 딸이야. 내가 밤낮으로 널 걱정했는데 넌 어찌 그런 매정한 말을 할 수가 있어? 서제평이 널 어떻게 가르친건지..." 변선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정희는 탁자 위에 있던 뜨거운 찻잔을 들어올렸다.아직도 많이 뜨거웠지만 서정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려치려 했지만 변선희의 얼굴을 마주하자 망설이게 되었다. "경고하는데 다시는 아빠 이름 꺼내지 마세요. 당신은 그럴 자격 없어요." 변선희도 서정희의 갑작스런 해옹에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너, 너... 날 때리기라도 할거니?" "다시 한번 아빠 이름 꺼내면 이 찻잔은 바로 당신 머리에 떨어질거에요. 전 말한대로 해요." 안색이 나빠진 변선희는 가슴을 부여잡고 손가락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