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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장

정원정은 서정희를 아파트까지 바래다줬다. 그는 소년의 순수함과 성년 남성의 교양을 겸비했다. 직접 차 문을 열어주고 가방에서 방금 산 목도리를 꺼내 서정희의 목에 감아줬다. "괜찮아, 나 안 추워." "새 것이예요. 여자는 항상 따뜻하게 입어야 돼요." 그가 말했다. "그래, 고마워. 조심히 돌아가." 정원정은 웃으며 말했다. "누나, 약속을 오늘 밤 야식으로 퉁치면 안돼요. 한턱 쏴야죠." "너도 참." 서정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직도 어릴 때와 똑같네." 어릴 때 그녀가 선물을 사주기로 약속했더니 그걸 기억하고 수시로 물어보곤 했었다. "그럼 또 봐요." "그래." 서정희는 차가 멀리 떠날 때까지 지켜보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았다. 정원정 말대로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그녀는 손에 든 간식을 바라보았다. 몇 년이 지났는데 그가 여전히 자신의 취향을 기억할 줄은 몰랐다. 둘은 어렸을 때 만났고 그가 유학을 간후에도 종종 채팅을 하곤 했다. 언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걸까? 아마도 몇 년 전 염정훈과 사귄 뒤였을거다. 그때 모든 관심은 염정훈한테 쏟았고 정원정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니 정원정에 대한 인상은 아직도 고양이가 무서워 매실나무에 기어오른 어린 아이로 남아있다. 그 어린 모습을 생각하며 서정희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밤이 어두워질수록 달과 별이 더 밝아지는 법이니, 인생의 어두움도 나쁠 것이 없다. 그녀는 점차 살아갈 신념을 갖게 되었고 시간을 내서 위 검사를 다시 받을 생각도 했다. 서정희는 문을 열고 불을 켰다. 고개를 들자마자 그녀의 미소는 굳어버렸다. 염정훈이 다리를 살짝 벌리고 소파에 앉아있었고 팔걸이에 자연스럽게 두 손을 얹어 마치 집주인처럼 편안해 보였다. 재떨이에 많은 담배꽁초가 흩어져 있는 것을 보니 온지 오래됐다. "대표님이 어쩐 일로 여기 오셨어요?" 염정훈의 시선은 매우 차가웠다. "어디 갔다 온거야?" 그 모습은 마치 바람 핀 아내를 심문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서정희는 그가 백지연과 약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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