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장

둘은 병원에 도착했다. 서제평은 여전히 침대에 누워 매일 영양액과 각종 기계로 생명을 이어갔다. 그의 육체는 빠른 속도로 위축됬고 팔다리가 유난히 심했다. 생기를 잃은 꽃이 마자막 한 줄기의 양분으로 생존을 겨우 유지하는 것과 같았다. 서정희는 며칠 동안 오지 않았다. 아빠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서제평의 얼굴은 이미 핼쑥해졌고, 그의 마른 손바닥위엔 서정희의 눈물이 떨어져있다. "아빠..." 그녀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랬다. 서제평이 깨어나 자신을 한번이라도 바라보고, 말 한마디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랬다. "정희 누나, 울지 마요." 정원정은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주며 위로했다. 서정희는 남에게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였다. 얼굴을 가리고 하염없이 울다가 고개를 들으니 정원정이 청진기를 들고 서제평의 심박수를 확인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정아, 뭐 하는 거야?" 정원정은 자연스럽게 청진기를 내려놓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의학을 전공했으니 아저씨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어요." "그럼 부탁할게." "아니예요." 정원정은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시행했다. 그 여유로운 행동은 고작 학생인 것 같지 않았다. "정희 누나, 아저씨의 최근 검사보고서 좀 보여 주세요." "그래." 서정희는 모든 보고서를 꺼내 정원정한테 줬고 그는 꼼꼼히 살펴봤다. 시간이 흐르고 정원정은 한참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평소와 달리, 그는 많은 일을 겪은 듯 깊은 눈빛으로 서정희를 바라보았다. "누나, 아저씨의 병은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예요. 레오라면 수술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서정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응. 그치만 무슨 수를 써도 그를 찾아내지 못했어." "걱정마요, 저도 외국에 인맥이 있으니 도울게요." 서정희는 뜨거운 수건으로 서제평의 몸을 닦았다. "아빠가 그날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 "문제 없을 거예요." 서정희는 고개를 돌려 정원정과 눈을 맞췄다. 그의 눈빛엔 알 수 없는 견고함이 보였다. 병원에서 나온 정원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