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5장

사실 백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서정희냐고 물으려 했다. 하지만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뱉지 않았고 결국에는 삼켜버렸다. 두 사람의 약혼이 임박한 지금, 더 이상 약혼을 미루게 할 그 어떤 구실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입술을 깨문 거라고 하면 그 말이 는다. 염정훈의 모든 말이 다 정확하다. 그게 설사 서정희와 관계가 있다고 해도 염정훈 앞에서 이 사람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요즘 염정훈은 좀 이상하다. 예전에 서정희를 언급할 때 그의 눈은 서정희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염정훈의 서정희에 대한 감정이 변한 것 같다. 염정훈이 다시 서정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기에 법적으로 염정훈은 아주 깨끗한 사람이다. 그래서 염정훈의 사모님 자리를 노리는 백지연은 이런 일로 염정훈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내가 별걸 다 신경 썼네. 참, 내가 직접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맛 좀 봐줘. 어떤지.” 백지연은 손에 들고 있던 박스에서 케이크를 꺼내 염정훈이 앉아 있는 책상 위에 놓았다. 케이크를 힐끗 바라본 염정훈은 저도 모르게 서정희가 생각났다. 그것들은 예전에 서정희가 자주 그에게 만들어줬던 것이다. 백지연은 어디서 염정훈 취향을 알았는지 몰르지만 적어도 겉보기에는 서정희와 똑같이 만들었다. 염정훈이 케이크에 시선을 돌리자 백지연은 기분이 좋은 듯 한 마디 보탰다. “내가 커피 타 올게.” 서정희는 책장 틈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고 두 사람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그대로 들어왔다. 전혀 커플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모습에 서정희는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백지연의 분주한 모습은 마치 염정훈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일개 궁녀 같았다. 염정훈은 케이크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서정희를 생각했고 갑자기 오랫동안 그녀가 만든 케이크를 먹지 못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염정훈은 한입 먹어보더니 다시 케이크를 책상으로 올려놨다. 서정희가 만든 그 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커피를 들고 오던 백지연은 그 모습에 실망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