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장
백지연이 외부에 금슬을 자랑하는 모습들은 서정희가 한 번도 누리지 못한 것이다.
물론 염정훈은 서정희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지만 백지연에게는 남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체면을 세워줬다.
백지연의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을 뒤로한 채 서정희는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오후의 뜨거운 햇빛이 기념 선물 박스에 비치며 눈을 부시게 했다.
겉포장에 있는 두 캐릭터 남녀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깍지 낀 채 흩날리는 벚꽃 아래에서 키스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표현할 수 없는 로맨스를 사람들 앞에 선보이고 있었다.
사실 서정희도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심지어 그때는 서정희가 직접 기념 선물 박스의 몇 가지 디자인을 설계하기도 했다.
그녀는 부푼 기대를 안고 설계 도면을 염정훈에게 보여주었지만 염정훈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별로 기뻐하지 않았고 그저 서정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미안해... 나는 결혼식 올릴 생각이 없어. 그래서 기념선물은...”
“왜?”
서정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가 내 신분을 알고 있어서 불편해.”
이 한마디에 서정희의 꿈 꿔왔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녀는 세계여행을 하다 바다에 빠졌을 때 구해준 남자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 그는 가면을 쓰고 있었고 피비린내 나는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렇다. 염정훈에게는 또 다른 신분이 있다. 하지만 서정희는 감히 더 묻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식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서정희도 더 이상 염정훈을 조르지 않았다.
“그래. 알겠어. 안 하면 되지, 뭐. 어차피 당신에게 시집가는 거지 결혼식 때문에 시집가는 게 아니잖아.”
“미안해, 정희야. 나에게 몇 년만 시간을 줘. 모든 일을 깨끗이 마무리 지으면 내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서정희가 내 아내라고 당당히 소개할게.”
서정희는 염정훈 이름 약자인 Y자를 쓰다듬으며 혼자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날을 기다리지 못했는데 백지연은 기다렸어.’
기념 선물 박스를 뜯자 수입 초콜릿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브랜드 향수 한 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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